-
“두 세계, 나는 그 어느 하나의 세계에서 왔다.” 지금 자신의 영화 세계를 이루는 원천을 알려달라는 질문에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은 가장 좋아한다는 크리스티나 캄포의 시 첫 구절을 인용했다. 사실 그는 아주 여러 번 <키메라>를 만드는 동안 마음에 담아두었을 영감(靈感)을 기꺼이 인용하며 답을 이어갔다. 손을 뻗어 닿을 수 있는 세계와 그렇지 못한 세계 사이를 명상으로 오가는 로르바케르 감독이 여전히 간직하고 있을 말과 생각을 조금이라도 더 캐내기 위해 지나치게 사소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뒤로하고 많은 질문을 건넸다.
-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과 시골 풍경을 포착하는 카메라는 당신이 젊은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을 가끔 잊게 만든다. 영화감독으로서의 당신을 만든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들려달라.
= 나는 토스카나 지방의 시골 언덕배기에 있는 외딴집에서 자랐다. 매일 아침, 산등성이 너머로 해가 떠오르면 동쪽을 향해 나 있는 창문을 통해 내 방으로 햇살이 들이쳤다. 가깝
[인터뷰] 영화사 안의 고고학적 레퍼런스를 담으려 했다, <키메라>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
-
땅속에 묻힌 보물을 감지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남자, 아르투(조시 오코너)는 열차를 타고 이탈리아의 어딘가로 돌아온다. 아르투는 연인 베니아미나(일레 야라 비아넬로)를 찾는 중이다. 연인의 어머니인 플로라 부인(이사벨라 로셀리니)은 곧 베니아미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아르투를 다독이고, 그는 이내 보물을 찾기 위해 동료들과 만나 합류한다. 계절에 맞지 않는 얇은 흰옷을 입은 아르투는 외진 시골 공터의 다 쓰러져가는 판잣집에서 간신히 추위를 피하고 쪽잠을 잔다. <행복한 라짜로>에서 평온한 성자 라짜로에 가까운 인물인 아르투는 남루한 행색으로 안온과 안락과는 거리가 먼 고행자 같은 삶을 살고 있다.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네 번째 장편 <키메라>는 아르투의 여로를 통해 삶과 죽음을 아우르며 태양 아래의 지상과 지하 세계로 우리 손을 잡아 이끈다.
현대의 신화
알리체 로르바케르의 영화에 깃든 모종의 신비를 이해하려면 그의 필모그래피를 짚어보는 게 도움
[리뷰] <키메라>, 낭만과 세속이 조용히 뒤섞인
-
<더 원더스>로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 <행복한 라짜로>로 각본상을 수상한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이 <키메라>로 다시 한번 칸영화제를 찾았다.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만이 만들 수 있는” (그레타 거윅 배우 겸 감독) 이 영화에서, 카메라는 잃어버린 사랑의 흔적을 더듬는 도굴꾼의 여정에 주목한다. 시공간을 전복하며 사랑의 위력을 확인하고자 하는 영화 <키메라>에 관한 유선아 영화평론가의 리뷰, 더불어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과 서면으로 나눈 대화를 전한다.
*이어지는 기사에서 <키메라> 리뷰와 인터뷰가 계속됩니다.
[기획] 지상에서 애타게 그리는 영원의 순례, <키메라> 리뷰와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 인터뷰
-
이모개 촬영감독은 늘 그 자리에 있다. 같은 스타일을 반복한다는 뜻이 아니다. 그의 화면은 한결같이 역동적이고 꽉 차 있다. 순간의 에너지를 놓치지 않고 치열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는 한결같다. 역설적으로 한결같다는 건 대단한 변화이기도 하다. 세월이 흐르면 입장과 위치가 바뀌기 마련인데, 이모개 촬영감독은 이제 막 데뷔한 신인처럼 열정적인 태도로 새로운 배움을 갈구한다. 한국영화 최전선에서 지금의 자리를 유지한다는 건 물밑에서 그만큼 가열차게 물갈퀴질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역동적인 에너지, 고된 화면, 탁월한 어둠의 포착 등 촬영감독 이모개 감독의 카메라를 설명할 수 있는 몇 가지 키워드가 있다. 일견 멋진 화면이 영화보다 앞자리에 있는 스타일리스트 같지만 이모개 촬영감독의 첫 번째 미덕은 작품과 감독에 따라 유연하게 자신을 바꾼다는 점이다. 정확히는 새로움을 추구하여 배우고 적응한다. 이러한 능동성의 근간에는 결국 인물, 정확히는 감정을 향한 시선이 자리한다. 위대한 촬영
[인터뷰] 김성수 감독은 에너지 장재현 감독은 이미지, <서울의 봄>과 <파묘>두편의 천만 영화를 촬영한 이모개 촬영감독
-
-
버추얼 아이돌·버추얼 인플루언서에 대한 환호는 한국만의 풍경이 아니다. 일본, 중국, 홍콩 등 동아시아는 물론 미국, 영국 등 전역에서 열기가 오르고 있다. 버추얼 아이돌이 공중파 음악방송 1위를 하는 게 대한민국 가요 산업계의 상징적인 장면이라면 다른 국가는 어떨까. 버추얼 아이돌을 향한 관심과 사랑 등 팬덤의 열기를 확인해보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모았다.
Ayayi 중국 ● 아야이
중국의 최신 가상 아이돌 중 하나인 아야이는 테크놀로지 스타트업 란마이커지에서 출시한 가상 인물로 중국 SNS 샤오홍슈를 통해 데뷔했다. 계정 개설 하루 만에 4만명의 팬을 형성하고 첫 게시물 조회수가 300만회에 달했다. 중국 가상 아이돌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62.6%에 이르며 2023년 시장규모 또한 62.7조억원을 전망했다. 젊은 층의 선망과 가치관, 관심사를 명확하게 분석·적용한 인물을 만든 결과, 트렌드 리더로서 가상 인물을 만드는 데 성공한 것이다. 아야이는 기존 2D 형식의 버
[특집] 해외에서도 인기만발! 전세계 버추얼 아이돌 근황 - 글로벌의 대세로 떠오른 버추얼 아이돌
-
“언니, 버추얼 아이돌이 ‘음중’(MBC <쇼! 음악중심>)에서 1등 했다는데?” 지난 3월10일 일요일 밤, 동생이 내 방으로 쪼르르 달려와 내게 이 소식을 건넸을 때, 솔직히 나는 뭔 말인가 싶다. 버추얼도, 아이돌도 문외한인 우리 자매는 사실 확인차 3월9일 토요일 <쇼! 음악중심> 1위 발표 영상을 켰다. MC가 “이번주 1위는 플레이브입니다. 축하드립니다”라고 말했고 폭죽이 터졌고 이어진 수상 소감 영상에선 다섯 남자 사람… 아니, 캐릭터가 뒤로 넘어갈 듯한 포즈를 취하면서 환호성을 질렀다. 내 방엔 정적이 흘렀다. 그때 우리는 1위 발표 무대에 모인 다른 가수들처럼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로를 봤던 것 같다. 1위 곡 <WAY 4 LUV> 무대 영상까지 말없이 함께 시청한 뒤 동생은 자기 방으로 돌아갔고 나는 월요일 주간 회의 때 말할 취재 아이템을 적어 내려갔다. ‘플레이브라는 버추얼 아이돌이 <쇼! 음악중심>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
[특집]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팬덤 체험기, 플레이브의 문자에 설레는 나 싫지 않아
-
플레이브가 여기에도 나온다고? 데뷔 1주년을 맞이한 플레이브의 행적은 버추얼 아이돌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어디까지 진출할 수 있는지 증명해나간 시간이었다. <쇼! 음악중심>부터 <아이돌 라디오>까지, 플레이브를 중심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활동 양상이 어떻게 개척되어왔는지, 그리고 이로부터 무엇을 읽어낼 수 있는지 비하인드를 정리해보았다.
메이브의 탄생
플레이브 이전에 메이브가 있었다. 4인조 버추얼 걸 그룹 메이브의 소속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 그리고 MBC 사내벤처 메타로켓팀이 협업한 결과 <쇼! 음악중심>에서 메이브가 데뷔 무대를 선보일 수 있었다. 플레이브를 제작한 블래스트는 MBC 사내벤처에서 출발해 독립 분사한 버추얼 캐릭터 스타트업이었다. <쇼! 음악중심>의 노시용 PD는 “원래 메타버스와 버추얼 아이돌에 관심이 있었다. 메이브의 <쇼! 음악중심> 출연을 준비 중 비슷한 시기 플레이브측에서 협업 제안이 오면서 플레
[특집] <쇼! 음악중심>에서 <아이돌 라디오>까지 버추얼 아이돌 활동의 역사, 플레이브의 음악방송 무대 비하인드 스토리
-
버추얼 엔터테인먼트 기업 블래스트(VLAST)에서 제작한 5인조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PLAVE)가 MBC <쇼! 음악중심>에서 2주 연속 1위를 거머쥐면서 버추얼 아이돌에 부쩍 관심이 모이고 있다. ‘2D’ 캐릭터의 외형을 한 ‘3D’ 아이돌이라는 다소 생소한 개념 탓인지 이들의 인기를 설명하고자 하는 여러 분석은 이들의 가상성에 어느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지를 두고 양쪽으로 갈리는 듯하다. 버추얼 아이돌이 여러 세속적인 사건, 사고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인간’ 아이돌에 비해 향유하기 안전하다는 분석은 버추얼 아이돌의 가상성에 의미를 적극 부여하는 쪽이다. 반면, (특히 플레이브의 경우) 멤버들이 자체 제작하는 음악 및 라이브 방송과 소셜미디어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진정성이 팬들에게 어필한다는 분석은 이들 캐릭터의 가상성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는 쪽이다. 내겐 그 어느 쪽도 충분한 설명 같지 않은데, 전자의 경우 K팝 아이돌에게 부과되는 행동 규범이 갈수록 세분화되면
[특집] 플레이브 팬덤의 애정의 근거, 버추얼 아이돌은 어떻게 진정성을 가지게 됐나
-
초동(음반 발매 후 1주일간의 판매량) 56만장 돌파. 지난 2월27일 발매된 《ASTERUM: 134-1》이 세운 기록으로, 이로써 버추얼 그룹 플레이브는 역대 보이 그룹 그룹별 최고 기록 17위에 올랐다(3월10일 기준). 중국 팬덤의 공동구매 없이 국내 팬의 성원만으로 이뤄낸 것이며, 다수 K팝 아이돌의 초동에 해외 팬 지분이 큰 걸 감안하면 괄목할 만한 결과다. 《ASTERUM: 134-1》의 타이틀곡 <WAY 4 LUV>로 음악방송 <쇼! 챔피언>과 <쇼! 음악중심>에서 연이어 1위에 오른 이 1년차 신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버추얼 아이돌을 단순히 게임 NPC,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비슷한 존재로 인식하거나 일부 팬층이 향유하는 서브컬처로 여긴다. 하지만 플레이브를 위시한 버추얼 아이돌의 존재와 성과가 이들에 무관심하던 대중에게까지 조금씩 인지되는 추세다. 자주 거론되듯 버추얼 아이돌은 실존 아이돌의 대안일 수 있으며 그렇기에 떠
[특집] 플레이브를 경유해 알아보는 버추얼 아이돌의 현재 성과와 미래 - 매력 탐구!, 버추얼 아이돌에 접속하다
-
버추얼 아이돌이 K팝 산업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데뷔 1개월 만에 뮤직비디오 누적 조회수 1800만 돌파(메이브), 케이블·지상파 음악방송 1위(플레이브), 아이돌 그룹 IP를 활용한 웹툰 단행본 펀딩 누적 금액 41억원 돌파(이세계아이돌)…. 버추얼 아이돌의 성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들이 이토록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버추얼 아이돌에 대한 국내 주목도가 급부상한 현재 상황을 분석하기 위해 2020년대에 데뷔한 이세계아이돌, 메이브(MAVE:), 플레이브를 중심으로 버추얼 아이돌의 특성과 인기 요인을 살펴보았다. 강은교 페미니스트 문화연구자가 버추얼 아이돌이 진정성을 가지게 된 연유에 관해 다룬 글을 보내주었고, <쇼! 음악중심>과 <아이돌 라디오>를 경유해 버추얼 아이돌의 활동이 어떻게 확장되어왔는지 확인했다. 아이돌 팬덤 문화에 낯선 <씨네21> 기자가 직접 플레이브 데뷔 1주년 축하 카페를 방문한 경험담을 담은 체험기, 일본과 중국,
[특집] 버추얼 아이돌이 궁금한 당신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 전격 분석, 버추얼 아이돌, 그들은 누구인가!
-
<댓글부대>는 스크롤하는 움직임, 메신저의 말풍선, SNS 플랫폼의 양식이 이제 너무나 자연스러운 영화언어이자 장면화 기술임을 대한민국의 사이버 현실 위로 못 박는 영화다. 열혈 기자 임상진(손석구)은 대기업 만전의 비리를 파헤치다가 어느 억울한 중소 회사 사장의 고발을 단독 보도하게 된다. 그러나 기사 발행 다음날,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더니 기사는 오보 취급을 받고 취재원마저 목숨을 끊는다. 도대체 무슨 공작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일자리를 잃고 순식간에 인생의 코너에 몰린 남자에게 어느 날 새파란 한 청년이 다가와 인터넷 여론 공작원 ‘팀알렙’의 존재를 알린다. <댓글부대>는 찡뻤킹(김성철), 찻탓캇(김동휘), 팹택(홍경)으로 구성된 댓글부대의 실체를 밝혀내야만 하는 기자와 그를 둘러싼 사이버 여론장의 혼돈을 돌파하는 영화다. “이야기의 모든 요소가 진짜 현실에 있는 동시에, 가장 그럴듯한 무언가에조차 극화된 거짓말이 섞인 무대”를 안국진 감독은 그 내용
[인터뷰] 이 영화도 밈처럼 끊임없이 재해석되길, <댓글부대> 안국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