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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피라미드 게임’
오수경 2024-03-15

백연여고 2학년5반 학생들은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5교시 HR 시간이면 ‘피라미드 게임’을 한다. 인기투표를 표방하지만 사실 A등급부터 F등급까지 반 학생들의 등급을 매기는 잔혹한 게임이다. 자신보다 낮은 등급인 학생을 괴롭힐 수 있으며 F등급이 된 학생에게는 가혹한 폭력을 행사하는 게 이 게임의 기본 규칙이다. 누가 이런 걸 만들었을까? 백연그룹 손녀이자 백연여고 이사장 딸로서 반의 절대 권력자인 백하린(장다아)이다. 티빙 시리즈 <피라미드 게임>은 “사회의 축소판”과 같은 백연여고 2학년5반을 통해 계급화한 사회, 차별과 폭력에 무기력하게 침묵하는 사회를 은유한다. ‘사회’는 절대 권력자 한 사람에 의해 굴러갈 수 없듯 피라미드 게임이 1년 넘게 지속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구조에 적극적으로 협력한 방관자와 가해자들 때문이다. 드라마는 반에서 일어나는 차별과 폭력이 그저 백하린으로 상징되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학교와 어른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구조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전학을 가자마자 F등급을 받은 성수지(김지연)는 게임 규칙과 권력 구도를 파악한 후 선언한다. “난 그냥 피라미드 게임을 쳐부술게.” 어떻게 쳐부술 수 있을까? 성수지는 처음에는 F등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라미드 게임을 없애려고 하지만 차츰 피해를 당하는 친구들을 위해 나서게 되고, 피라미드 게임을 유일하게 거부했던 명자은(류다인)과 함께 다른 학생들을 설득해가며 피라미드 구조에 대항해간다. 그렇게 “백하린의 방법”으로 세워진 피라미드 구조는 “명자은의 방법”으로 서서히 무너진다. 학교와 사회를 지배하는 ‘피라미드 세계관’을 붕괴시킬 힘은 결국 그 세계관을 거부하는 용기와 신뢰로 엮인 우정의 연대에서 나온다.

CHECK POINT

학생들이 당하는 폭력을 외면하지 않고 돕는 유일한 어른인 기간제 문학 교사 윤나희는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학폭 피해자 김경란을 연기한 안소요가 맡았다. 다른 드라마지만, 학폭 피해자에서 학폭 피해자를 돕는 인물로 성장한 듯한 캐스팅이라 반가웠다. 제작진의 의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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