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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독일. 유대인 출신 가수 지망생 스텔라(파울라 베어)는 재즈 가수로 성공해 미국에 진출하기를 꿈꾼다. 그러나 갈수록 심해지는 나치의 탄압에 스텔라의 가족은 아우슈비츠로 끌려가지 않도록 은신을 택한다. 답답함에 거리로 나선 스텔라는 우연히 위조 신분증을 만드는 롤프(야니스 니뵈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를 돕기 시작한다. <스텔라>는 나치에 협력해 비밀경찰로 일하며 수백명의 유대인 동포를 사지로 내몬 실존 인물 스텔라 골드슐락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는 시대의 피해자이자 참극의 부역자가 된 여인을 이해하려다 윤리의 역설에 빠지고 만다. 방황하는 영화를 구한 것은 파울라 베어의 입체적인 연기다. 화려한 반주로 영화를 맞이한 그녀의 노래는 곧장 크리스티안 페촐트의 <피닉스> 속 니나 호스의 노래를 떠올리게 한다. 파울라 베어는 지옥도를 피한 배신자를 노래하며 독일의 역사를 온몸으로 연기하는 경지에 오른다.
[리뷰] ‘스텔라’, 니나 호스의 대척점에서 지옥도를 노래한 파울라 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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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기진우)는 아르바이트와 공부를 병행하며 8년째 공무원시험을 준비 중이다. 서른이 넘은 나이에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그는 늘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긴다. 그래도 인간관계 하나는 나쁘지 않았던 걸까. 주변에는 언제나 그를 진심으로 돕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정식 채용 제의마저 거절한 동주는 인생을 되돌아보기 위해 도피에 가까운 여행을 떠난다. 오랜만에 찾은 고향에서 각자의 삶을 살던 친구들이 세월을 거스르는 그를 반긴다. 거듭되는 만남 속에서 우연과 인연이 여러 번 교차하지만 어쩐지 동주는 세계 속을 부유하는 듯 보인다. <늦더위>는 <종착역>에서 10대 소녀들의 여정을 그린 서한솔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완성했다는 대사가 작위적이지 않아 ‘살아 있는’ 느낌을 준다. 극적인 사건을 의도적으로 덜어낸 이야기는 잔잔하게 흐르는 시냇물을 닮아 있다.
[리뷰] ‘늦더위’, 한점의 거슬림도 없이, 잔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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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딸을 앞세운 병호(박원상)는 자그마한 배를 타고 바다로 나선다. 그날의 기억을 지울 수도 떠올릴 수도 없는 그는 기억상실과 이명이라는 두 증상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오랜 친구와 자신을 도와주는 이웃들은 물론 평생을 함께한 아내의 이름조차 사고의 잔해 속에 파묻혀 있다. 하지만 괴로움에 빠진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유가족 단체의 부회장을 맡았던 병호는 수사가 진전을 보이지 않자 애꿎은 경찰에게 화풀이하며 주먹을 휘두른다. 병호의 우발적인 행동이 혹여나 언론의 먹잇감이 될까 두려웠던 유가족들은 그를 부회장직에서 내쫓고자 한다. <목화솜 피는 날>은 어느덧 10주기를 맞이한 세월호 참사와 유가족들이 감내해야 하는 외상을 고스란히 담은 작품이다. 빛 번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선체 내부를 환상적으로 그린 장면은 같은 소재를 다룬 조현철 감독의 <너와 나>를 연상시킨다.
[리뷰] ‘목화솜 피는 날’, 기억과 상실 모두가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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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워커홀릭인 게임 회사 대표 지미(허광한)는 모종의 이유로 해임된 뒤에야 주변을 둘러본다. 얼마 뒤 지미는 고등학생 시절 노래방에서 잠시 함께 아르바이트했던 아미(기요하라 가야)의 그림엽서를 발견한 뒤 충동적으로 그녀의 고향을 찾는 여정에 나선다. <신문기자>를 연출한 후지이 미치히토의 신작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은 새로움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작품은 아니다. 익히 아는 첫사랑 영화, 청춘영화, 여행영화와 궤를 같이하는데, 기본에 충실하면서 이런 장르에서 기대하는 감동을 충분히 전달한다. 그렇게 영화는 첫사랑의 신비와 아픔을 경쾌하게 묘사하고 젊은 주인공이 시련 끝에 한뼘 더 성장하는 과정을 제대로 밟아나간다. “여행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즐겁다”는 주제에 걸맞은 에피소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의미를 강화하고 아름다운 자연 풍경도 가득 선사한다.
[리뷰]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기본에 충실한 청춘영화, 첫사랑영화, 여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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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망 붕괴, 폭염과 팬데믹, 화폐 가치의 하락….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는 인류를 위협하는 대혼란은 시대를 막론하고 반복된다는 스크린 밖 진리를 강조하며 영화 속으로 뛰어든다. 모든 자원이 품귀한 파멸의 시대, 영화의 작중 배경은 문명 붕괴 후 45년으로부터 출발한다. 대지의 풍요가 가득한 녹색의 땅에 살던 소녀 퓨리오사(애니아 테일러조이/알릴라 브라운)는 바이커 군단에 납치된다. 퓨리오사의 어머니 메리 조 바사(찰리 프레이저)는 맹렬한 집념으로 바이커 군단을 추격하지만 끝내 딸의 눈앞에서 디멘투스(크리스 헴스워스)에게 끔찍한 최후를 맞는다. 그날 이후 퓨리오사는 디멘투스에게 ‘리틀 디멘투스’라 불리며 그와 바이커 군단이 벌이는 흉포한 약탈과 폭력에 내내 노출된다. 바이커 군단은 가스타운을 정복하기 위해 임모탄 조(러치 험)가 압제하는 시타델에 쳐들어가고, 민족간 혈맹을 이유로 퓨리오사를 임모탄 조의 신부로 넘긴다. 퓨리오사는 임모탄 조의 신부들이 처한 유린을 목도
[리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 도파민의 시대에 생의 의욕을 집요하게 고양하는 아드레날린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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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샐러드
빠져 있기보다는… 강제로 입문한 음식이다. (웃음) 요즘 신보를 작업하는 중이라 밴드 멤버들과 토요일을 제외하곤 일주일 내내 붙어 있다. 그런데 나를 제외한 친구들이 모두 다이어트 중이라 혼자 기름진 걸 먹을 수 없어 매일 샐러드를 먹는다. 저녁에 샐러드를 먹으니 대신 점심을 많이 먹고 합주실로 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
정말 좋았다. 뻔할 수 있는 스토리를 이렇게 영화로 세울 수 있는 건 거장의 솜씨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무언가를 창작하는 사람으로서 넘을 수 없는 벽을 느끼며 극장 문을 나섰다. <라쇼몽>에서 봐온 구조와 소재 아닌가. 그런데도 끝없이 관객의 확증편향을 유도하며 ‘당신도 괴물일 수 있다’는 물음을 전달하는 점이 일품이다.
유산소운동
내가 무대에서 분출하는 에너
[LIST] 이승윤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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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의 악취미를 따라가며 영화는 시작한다. 버스 옆자리 승객의 핸드폰을 훔쳐보거나 편의점 창 너머로 동네 사람들 신상 캐기를 즐기는 그의 관음증은 직업적 특권을 만나 정도가 깊어진다. 정태는 부동산 매물을 내놓으면서 키를 맡긴 사람들의 거주지에 몰래 들어간다. “나쁜 짓은 하지 않는다”는 나름의 철칙으로 무장한 그는 오래된 전구를 갈거나 방 청소를 해준 뒤 다 쓴 핸드크림, 줄넘기, 다시는 읽지 않을 러브레터 등 소소한 전리품을 하나씩 챙긴다. 취미 생활을 끝내고 온 그를 반기는 거대한 창고. 족히 수십채의 집들을 드나들어온 듯 보이는 정태의 전리품 창고는 기막힌 기행의 결과다. 부동산을 찾아온 손님 이자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인 한소라(신혜선)는 그런 정태의 다음 타깃이다. 소라의 집 주소와 인스타그램 포스트는 스토커에게 한 여자를 파악하기 위한 정보의 보고로 활용된다. ‘인스타그래머블’한 레스토랑과 명품 가방을 자랑하면서도 길고양이 보호와 비거니즘에 대한 인식
[리뷰] '그녀가 죽었다', 인생샷의 배후를 스릴러로 탐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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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은 오랜 라이벌 관계였으나 잠시 교류가 끊겼던 카라스노 고등학교와 네코마 고등학교가 공백을 깨고 연습 게임을 치른 뒤, 처음으로 공식 경기에서 맞붙게 된 에피소드를 다룬다. 각각 까마귀(카라스)와 고양이(네코)를 상징하는 학교 이름에서 관중은 이들의 매치를 ‘쓰레기장의 결전’이라고 이름 지었다. 지금은 한풀 꺾인 강호. 과거의 영광에서 거리가 멀어진 카라스노 배구부는 히나타, 카게야마, 츠키시마 등 기본기가 탄탄한 1학년을 발판 삼아 팀워크를 한층 결속시켰고, 카라스노의 약점인 강력한 리시브를 자랑하는 네코마 배구부는 모두에게 신임을 받는 세터 켄마를 필두로 안정적인 경기력을 자랑한다. 보편적으로 언더도그가 최강자를 쓰러뜨리며 희열을 안겨주는 스포츠물과 다르게 <하이큐!!>는 경기 난이도가 너무 어렵지도 너무 쉽지도 않도록, 선수들이 떠올리는 전략에 관객이 몰입할 수밖에 없도록 초조함을 팽팽하게 높인다.
[리뷰]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소년 만화 특유의 벅차오름을 무기로 내세우며 “자, 날아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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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는 사진작가이자 사회 활동가인 낸 골딘의 일대기를 탐사하는 다큐멘터리다. 현재의 낸 골딘은 메트로폴리탄, 구겐하임미술관 등 유서 깊은 대형 갤러리에서 시위대 P.A.I.N과 함께 집회를 연다. 예술계의 막강한 스폰서인 제약 가문 새클러가 마약성 진통제를 무분별하게 판촉해 미국내 40만명에 이르는 약물중독자의 죽음을 초래하고도 책임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낸 골딘의 인생은 곧 투쟁의 역사였다. 불안정한 가정에서 도망쳐 나온 낸 골딘은 끝없이 사회와 불화한다. 그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오직 사진이었다. 그는 자신의 카메라에 20세기 후반 사회가 터부시하던 퀴어 커뮤니티와 에로티시즘, 에이즈와 약물중독을 가감 없이 담으며 사진예술의 지평을 넓힌다. 끝내 사회 변혁을 끌어내는 어느 예술가의 초상을 존중하며 그의 예술론까지 연출에 반영하려는 제작진의 숙고가 인상적이다.
[리뷰] '낸 골딘, 모든 아름다움과 유혈사태', 예술가에겐 타인의 고통에 목소리를 들려줄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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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력가의 딸을 납치해 거액의 돈을 뜯어낸 후 공평하게 나눠 갖는다는 심플한 계획하에 6명의 납치범이 모였다. 그들이 납치한 발레리나 소녀의 이름은 애비게일 (알리샤 위어). 납치범들을 한곳에 모은 램버트(지안카를로 에스포지토)는 24시간 동안 수상쩍은 저택에서 납치한 소녀를 감시하라는 특명을 내리고 홀연히 사라진다. 그러나 애비게일의 아버지 크리스토프 라자르(매슈 구드)가 악명 높은 범죄 왕이고 순진한 척 연기하던 애비게일의 진짜 정체가 뱀파이어라는 진실이 드러나면서 소녀의 감금 장소는 납치범들을 공격하는 공포의 밀실로 바뀐다. 애거사 크리 스티풍의 저택을 배경으로 ‘발레리나 소녀 뱀파이어’라는 캐릭터 이미지를 조합시 켰다. <메간> <렌필드>에 이어 코미디와 고어를 적절히 조합한 저예산 호러영화의 계보를 잇는다. <스크림6> <스크림> <레디 오어 낫> 등을 제작한 라디오 사일런스 프로덕션과 맷 베티넬리올핀, 타일러 질레트 감독
[리뷰] '애비게일', 서스펜스 코미디가 톱날을 깨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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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호태(원태민)는 2년 만에 고향 강릉으로 돌아오자마자 둘도 없이 친한 형 동희(도우)를 찾는다. 게이로 커밍아웃한 후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동희는 호태 가족의 배려로 그들과 함께 살고 있다. 비 오는 날, 아픈 날, 잠 안 오는 날을 모두 함께 보낸 친구 관계는 예상치 못한 키스를 기점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다.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는 웹드라마 <비의도적 연애담>의 서브 커플 호태와 동희의 이야기를 조명하는 스핀오프다. 친구 사이가 우정에서 사랑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익히 발생하는 갈등, 정체성의 거부, 이성 연애로의 도피, 가족과의 불화와 같은 에피소드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아는 맛’을 좋아하는 BL(Boy’s Love) 팬들과 클리셰를 비판하는 영화 팬들 사이의 거리가 벌어지는 바로 이 지점에서 BL 콘텐츠의 확장성과 제작 역량에 대한 고민이 발생한다. 배우 원태민, 도우의 영화 첫 주연작이다.
[리뷰] '내 손끝에 너의 온도가 닿을 때', 연하공 연상수가 끓여주는 아는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