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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떠나보내고 고국으로 돌아온 중년 여성 응우옌(민차우),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서둘러 결혼을 준비하는 어린 조카 반(하푸엉). 베트남의 역사와 시간의 속성에 대한 팜응옥란 감독의 오랜 고찰은 올해 전주영화제 국제경쟁 부문 작품상을 수상한 <쿨리는 울지 않는다> 속마주 보는 두 세대에게로 이어졌다. 그는 시간의 유동성에 천착하게 된 계기로 어릴 적 할머니가 불러주신 <Thin Thai>(낙원)라는 자장가를 떠올렸다. “영화에서 응우옌이 방문한 클럽에서 흐르는 노래이기도 하다. 천국 같은 섬에서 살다 고향에 돌아왔더니 시간이 너무 느리거나 빠르게 흘러간다는 내용이다. 영화 속에서도 창조된 세계가 실제와 가까워질 때, 또 꿈과 가까워질 때 각각 체현되는 시간의 상대적 속도를 표현하고 싶었다.” 기존에는 의도에 없었던 흑백 연출도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느낌을 구현”하는 효과를 낳았다. “촬영 직전 배우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 이 일로 일정을 맞추기 위
[특집] '쿨리는 울지 않는다' 팜응옥란 감독, 베트남의 고전영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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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전주영화제의 개막작은 미야케 쇼 감독의 <새벽의 모든>이다. 월경증후군(PMS)으로 고통받는 후지사와(가미시라이시 모네)와 공황장애를 앓는 야마조에(마쓰무라 호쿠토)는 충동적인 언행으로 주변 사람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인사처럼 달고 산다. 서로의 결핍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둘은 전우이자 피신처로서 숨 쉴 틈을 내어준다. 16mm 카메라의 따뜻하고 뭉근한 온도를 유려하게 펼쳐내는 미야케 쇼 감독을 만났을 때, 그는 당일 관객과의 만남을 마치고 상기된 미소를 보였다. 평소보다 들뜬 목소리에서 영화제의 열기가 느껴졌다.
- 전주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됐다. 영화제의 얼굴이 되었는데.
= 처음 소식을 듣고 무척 놀랐다. 영화가 상영되기 전까지 무척 불안했다. 화려한 엔터테인먼트 장치가 있는 작품도 아니고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개막 상영을 거치고 많은 분들이 좋은 반응을 전해주셔서 안심했다. 오늘 관객과의 만남(GV)에
[특집]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감독, 100%짜리 인간관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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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는 대중성을 겨냥하며 많은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그중 ‘전주씨네투어×마중’ 프로그램은 스크린에서 각자의 색깔을 펼쳐내는 바로엔터테인먼트 배우 9인을 더 가깝고 편하게 만날 수 있도록 ‘마중토크’ 자리를 마련했다. 마지막 회차로 진행된 공승연, 변우석, 방효린 배우 타임은 본래 행사가 이어지던 전주라운지 광장이 아닌, 전주교육문화회관 공연장에서 이뤄졌다. 배우들을 만나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몰리면서 안전사고에 대비해 장소를 급하게 대관한 것이다. 지축을 흔드는 엄청난 환호성으로 시작한 토크 무대는 곳곳에서 애정을 담은 눈빛과 앓는 소리로 가득했다. 아마도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만 볼 수 있던 이색적인 풍경으로 기록될 것 같다. 세계적인 사랑을 받는 디즈니 픽사 작품도 관객을 반겼다. 34분간의 <인사이드 아웃2> 푸티지 영상 공개를 비롯해 <토이 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니모를 찾아서> <업&g
[특집]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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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스타미디어제작센터는 어린이 엔터테이너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전문 기관으로 연기, 보컬, 댄스, 모델 등 다양한 영역의 감각을 깨운다. <독전> <기생충> <반도> 등 대형 캐스팅을 진행한 AB캐스팅과의 협업을 바탕으로 잠재된 재능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스타미디어제작센터는 키즈 콘텐츠 제작에도 전면적으로 나섰다. ETN 연예TV와 공동 제작한 <wow! k-kids>가 ETN 연예TV와 GMTV 채널에서 방송 중이다. 자기만의 꿈을 찾아 이제 막 경험을 쌓아가기 시작한 세명의 어린이를 만났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이들의 해사한 미소가 스튜디오를 밝혔다.
이서아(5살)
“빙글빙글 뱀을 흉내낼 때 재미있어요. 사람들 앞에서 사진 찍는 것도 좋아요. 가장 좋아하는 TV 속 인물은 카봇!”
이은혜(6살)
“동물 표현하기 시간이 제일 신나요! 토끼, 호랑이, 기린, 사자가 될 수 있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건 벨로키사
멋지게! 신나게! 사랑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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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란 무엇인가. 이 영화 속 공포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나는 지금 공포를 느끼는가. 점프스케어나 고어와 같이 시각적인 자극에 호소하는 공포든 오컬트나 코즈믹 호러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드는 공포든, 대부분의 공포는 언어로 정리되기전 무의식에 먼저 각인된다. 특히 영화 속 공포의 대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충격 효과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그러므로 호러 장르는 좋든 싫든, 완성도와 무관하게 시대적 무의식을 반영하는 법이다. 개봉하기 전부터 국내외 호러 팬 사이에서 화제작으로 불린 <악마와의 토크쇼>와 <애비게일>은 동시대 미국 호러영화의 두 경향을 대표한다. 스타일상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영화를 통해 동시대 호러 장르의 흐름과 무의식을 파헤쳐보았다.
2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악마와의 토크쇼>는 A24에서 비롯한 아트하우스 호러 스타일이 대중적으로 퍼져가고 있다는 이정표로 보인다. 이 영화는 숏 바이 숏으로 보아도 될만큼 정교한 만듦새
[기획] 호러 장르의 겉과 속, 변화의 갈림길에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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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과 이름은 단 한줄의 필모그래피, <바튼 아카데미>로 세상에 알려졌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촬영지로 고른 학교에 도미닉 세사가 재학 중이었다는 우연은 영화가 공개된 이후 운명적 사건 같은 이야기로 돌아선다. 2002년에 태어난 이 배우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옛날식 다이얼 전화 사용법을 몰라 한 차례 엔지를 낸 후, 다음 테이크에서 다이얼을 돌려 연기를 완성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이 일화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에게 연기 경험이라곤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이 전부였다는 사실이다. 제도 안에서 교육받은 적 없는 연기자의 연기 결과물이 카메라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때에는 그것이 학습과 답습, 도식과 정형에서 벗어나 날것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되는 아주 짧은 순간도 포함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도미닉 세사는 단 한편의 영화로 관객을 손쉽게 설득한다.
한 고등학교에서 제작한 작은 연극 무대와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할리우드에서 제작
[특집] 경력을 초월하는 매력, 도미닉 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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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전투를 펼치는 레이철 제글러를 보는 내내, 저 가녀린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먼저 궁금해진다. 싱거운 결론이지만 사실 젊은 배우가 가진 에너지와 성장 가능성의 크기는 몸집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궁금증이 비로소 멈추었다. 명성 있는 감독의 신예 배우 캐스팅 비화나 스타 발굴 신화는 늘 눈길을 사로잡지만 최종적으로 신화를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그 신예 배우의 역할이다. 제글러의 영화 데뷔작은 다름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 명감독이 발탁한, 뮤지컬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의 실력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빈민가의 한 발코니에서 새하얀 옷을 입고 화사하게 등장한 마리아 역할의 레이철 제글러는 자신의 진정한 등장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곳곳에서 몇번이고 되풀이한다. 남자아이 같은 장난
[특집] 잊을 수 없는 역동성, 레이철 제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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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던 프레이저, 빌 나이, 콜린 패럴, 오스틴 버틀러가 이름을 올렸던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 중에는 1996년생 아일랜드 배우 폴 메스컬도 있었다. 유일한 20대였고 경력은 가장 짧았지만 샬럿 웰스 감독의 <애프터썬>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And the Oscar Goes to…’의 무게를 선배들과 함께 견디기에 충분했다. <애프터썬>에서 메스컬은 11살 딸 소피(프랭키 코리오)와 튀르키예로 여름휴가를 떠난 31살의 젊은 아버지 캘럼 역을 맡았다. 겉으론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내면에선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인물의 불안감을 절묘하게 살려냈다. 어른이 된 딸이 더는 만날 수 없는 아버지와의 한때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더욱 슬프고 신비롭게 만들었다.
다부진 체격이나 서글픈 눈과 삐뚠 입매가 형성한 그늘진 인상 때문에 어쩐지 늘 의기소침해 보이는 폴 메스컬은 위태로운 보호자를 주로 연기해왔다. 아일랜드 소도시에서 만난 10대 남녀의 멜로
[특집] 평범한듯 신비로운, 폴 메스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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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한 듯 처진 눈과 마른 몸. 소년부터 청년까지 너르게 소화하는 30대 배우 마이크 파이스트의 외양은 단순하게 설명되기엔 닮은꼴이 잘 떠오르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다. 배우로 입신한 곳은 뉴욕이나 출신지는 애팔래치아산맥 너머의 대표적인 공업, 블루칼라 지대인 오하이오다. 러스트 벨트 백인 노동자계급의 삶을 그린 논픽션 원작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배경에서 성장한 그는 스스로 “노동계급 출신 연극배우”(<워싱턴포스트>)라 부를 만큼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영화를 통해 성장한 여타 백인 스타들과는 성분을 달리한다는 점이 의외다. <챌린저스>(2024)같이 극 중 인물들의 섹슈얼리티를 자유롭게 추론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에서 파이스트의 출처 불명한 중성미는 빛을 발한다. 슬럼프에 빠진 테니스 선수 ‘아트’를 연기한 그는 패트릭(조시 오코너)을 향해 조건 없는 애착을 보이거나 거침없이 키스하며 존재 자체로 서사에 퀴어니스를 더한다. 타시(젠데이아) 앞에서는
[특집] 이율배반적 아름다움, 마이크 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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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여성 관객들은 유독 중국계 미국인 가족의 레즈비언 외동딸 ‘조이 웡’, 그리고 그녀가 흑화한 버전인 ‘조부 투파키’에 자신을 투사하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를 ‘K장녀’ 서사로 적극 독해한 바 있다. 신예 스테파니 수는 조이와 조부를 오가면서 대사의 톤, 태도와 정서, 메이크업과 패션을 통한 급진적인 비트 체인지로 두 얼굴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체현하며 서사에 기여했다. 뉴욕대학교 티시예술학교와 브로드웨이를 거쳐 연기 학습의 정도를 걸어온 그는 30살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오디션 테이프가 깜짝 공개된 날, 소셜미디어는 그의 입술에서 나오는 궤변의 ‘베이글론’(모든 것은 베이글 위에 있으니 세상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는 허무주의)에 다시 한번 매혹됐다. 대사를 통한 감정 전달이라는 연기 테크닉의 기본을 충실하게 소화하면서도
[특집] 완벽한 테크니션, 스테파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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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가장 핫한 쇼엔 섹스가 없다.” 2022년 7월, 미국 뉴욕의 격주간지 <더 컷>에 실린 대니엘 코언의 칼럼이 화제를 모았다. 코언이 언급한 ‘가장 핫한 쇼’는 <FX>의 <더 베어>고, 한탄 중인 부재의 주체는 연애 경험이 없던 셰프 카미(제러미 앨런 화이트)다. “음란한 상상을 자극하는 대부분의 TV 캐릭터들과 달리, 카미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 카미는 섹스리스로 살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베어>를 보는 동안 그와 섹스하는 상상을 단념하기 쉽지 않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카미는 친형의 사망 이후 가족이 운영하던 샌드위치 가게 ‘더 비프’에 투입된다. 카미는 어떻게든 식당을 살려보려 고투한다. 의외로 카미는 미디어에서 흔히 접한 셰프처럼 쉽게 분노하거나 윽박지르지 않는다. 다만 카미는 나직하게, 자신의 지시를 어떻게든 관철한다. 그가 주방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유일한 대답 “예스 셰프”는 때론 상명하복의
[특집] 시의적절하게 섹시한, 제러미 앨런 화이트